얼마 전에 주말에 압구정로데오에 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람이 정말 많아야 할 시간인데, 생각보다 한산하더라고요.
물론 상권은 늘 오르락내리락 하고, 경기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요즘 우리나라 주요 소비층인 30대는 예전처럼 번화가에서 돈을 쓰지 않을까?
왜 압구정로데오 같은 곳에서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점점 줄어들까.
오늘은 그 이유를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30대가 되면 시간이 아까운 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20대 때는 시간의 가치보다 분위기와 재미가 더 중요했습니다.
누가 연락 와서 “밥 먹자”, “술 한잔 하자” 하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나갔습니다.
일단 만나고, 일단 놀고, 일단 시간을 썼죠.
그런데 30대가 되면 달라집니다.
회사 다니는 분들은 회사 일만으로도 에너지가 빠지고,
가정이 있는 분들은 집에 돌아가면 또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운동, 공부, 부업, 콘텐츠 제작, 자기계발처럼
내 시간을 써야 할 일이 정말 많아집니다.
게다가 요즘은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배달을 시켜도 되고, 집에서 술 한잔 해도 되고,
OTT를 봐도 되고, 책을 읽어도 되고, 운동도 어느 정도 집에서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는 집에서 단순히 쉬는 것뿐 아니라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도 많아졌다는 겁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 나가서 돈 쓰고 몇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가 또 다른 기회나 수익으로 연결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요즘은 유튜브뿐 아니라 다양한 SNS를 통해
콘텐츠 자체로 수익을 만들 수도 있고,
그걸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30대 입장에서는
밖에 나가서 소비하는 시간보다
집에서 쉬거나, 만들거나, 쌓는 시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결국 30대는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더 아끼게 됐기 때문에 예전처럼 안 쓰는 것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는, 사람을 가려서 만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조금 차갑게 들릴 수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요즘 저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손익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누가 저녁 먹자고 하면
별생각 없이 흔쾌히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에게 내 시간을 쓰면 무엇이 남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직에 도움이 될까.
돈이 되는 정보를 줄까.
사업에 연결될까.
아니면 정말 내가 아끼는 사람이라서
그 시간 자체가 충분히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듣고 보면
굉장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30대가 되면
진짜로 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친구를 만나면 당연히 재밌습니다.
사는 얘기 하고, 옛날 얘기 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도 좋죠.
그런데 그 시간이
내 하루 계획을 포기할 만큼 값진 시간인가,
그 질문 앞에서는 예전보다 쉽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회사 다니면서 다른 일까지 같이 하다 보면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날은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속 하나 때문에
내 계획을 미리 바꾸고, 체력을 조절하고,
다음 날 컨디션까지 영향을 받는 게
이제는 꽤 크게 느껴집니다.
가정이 있으신 분들은 더 그렇습니다.
친구 만날 시간을 배우자와 보내거나 아이와 보내는 시간으로 쓰는 경우도 많고,
부모님을 챙기거나 집안의 책임을 감당하는 데 쓰기도 합니다.
저처럼 뭔가를 만들고 쌓아가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 시간을 콘텐츠, 사업, 공부, 운동 같은 데 투자하게 되고요.
그래서 30대는 사람을 싫어해서 안 만나는 게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사람, 정말 의미 있는 만남만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소비 자체를 손익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20대에는 소비가 거의 감정에 가까웠습니다.
재밌으면 쓰고, 분위기 좋으면 쓰고,
오늘 하루 기분 좋으면 그걸로 됐습니다.
그런데 30대가 되면 소비를 볼 때
단순히 밥값, 술값만 보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가는 시간,
이동하는 에너지,
택시비나 주차비 같은 부수적인 비용,
그리고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피로감까지
다 같이 계산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외출 한 번이
단순히 몇 만 원의 문제가 아니라
내 하루 전체를 쓰는 일처럼 느껴지는 거죠.
게다가 30대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커리어에 대한 불안도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고,
가정이 있는 분들은 생활비, 대출, 교육비, 노후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쓸 때도 자연스럽게 기준이 바뀝니다.
그냥 사라지는 소비보다 나에게 남는 소비를 하게 됩니다.
술자리 한 번보다 책 한 권,
의미 없는 만남보다 내 일에 필요한 장비,
즉흥적인 외식보다 내 몸을 위한 운동,
겉으로 보이는 소비보다
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30대가 돈을 안 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예전 방식으로는 돈을 안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 보여지는 소비는 줄었지만,
그 돈과 시간은 집 안으로, 온라인으로, 자기계발로, 가족으로,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겁니다.
압구정로데오 같은 번화가가 예전보다 덜 북적여 보이는 이유도
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대는 재미를 모르는 세대가 아닙니다.
사람을 싫어하는 세대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사람보다 내 시간을 더 지키고,
오늘의 즐거움보다 내일의 안정과 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된 것뿐입니다.
결국 요즘 30대는 돈을 아끼는 세대라기보다,
시간을 가장 비싸게 보는 세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