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챗 요청 전에 알아야 할 비즈니스 매너

“커피챗 한번 어떠세요?”

링크드인 DM이었다. 프로필을 보니 헤드헌터였다. 포지션 하나를 슬쩍 던지며 관심을 보이자마자 바로 이 한마디가 날아왔다. 이미 여러 번 겪어본 패턴이었다. 처음엔 당연한 문화인 줄 알고 수락했다. 그런데 커피챗을 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왜 이 질문에 답해주고 있지?”, “이 시간을 써서 내가 얻는 게 뭐지?” 계산을 한다기보다는, 이 사람이 나중에도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빠르게 섰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커피챗 요청은 계속 들어왔지만, 전부 거절했다. 굳이 화상 켜고 앉아서 대화할 바에 용건만 간단히 하는 전화가 훨씬 낫다.

이 글에서는 변질된 커피챗 문화가 사업가의 관점에서 왜 문제인지,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커피챗은 어쩌다 변질되었나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커피챗 제안을 받아봤을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못하니 커피챗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시국이 시국이었던 만큼 취지는 참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난 후부터 이 커피챗이라는 문화가 변질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는 못 만나니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무료 컨설팅을 간접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커피챗이라고 치부되고 있다.

커피챗과 무료 컨설팅은 다르다

“내가 커피챗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지?”

커피챗을 제안하는 사람은 이걸 무료 컨설팅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다르다. 같은 주제로 생각을 교환하고 소통했다고 해서 더 많은 정보를 커피챗을 통해서 제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네트워킹은 상호 간의 득이 있을 때 이루어져야 한다. 동종 업계 사람들끼리 웃으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정보 교환하고 라포를 쌓아 가는 것은 네트워킹이 아닌 사교일 뿐이다.

커피챗이 누구에게 유리한 구조인가

커피챗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벼우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커피 한 잔 하면서 비대면으로 대화한다’는 것은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거부감과 부담의 벽을 허물어 버린다.

그래서 커피챗이라는 단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직종이 있다. 대표적으로 헤드헌터가 그렇다. 헤드헌터는 사람을 찾고 연결하는 것이 곧 경제적 가치로 직결되는 직업이다. 포지션 하나 슬쩍 보여주고, 관심을 보이면 바로 “커피챗 한번 하시죠”가 나온다. 커피챗이라는 말 한마디로 경계심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이직 의향, 연봉, 커리어 정보를 끌어내는 것이다. 나 역시 헤드헌터들에게 수없이 많은 커피챗 제안을 받아봤기 때문에 이 구조를 잘 안다.

커피챗을 요청하는 사람은 보통 상대방에게 무언가 얻고자 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커피챗 요청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주는 쪽이다.

그래서 커피챗에는 상당히 큰 오류가 존재한다. 양방 소통을 통해 서로가 무언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오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대부분의 커피챗은 한 쪽이 다른 쪽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마 커피챗을 주로 요청하시는 분이실 것이다.

커피챗을 제안할 때는 상대방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말하자

커피챗이 아무리 30분 정도라 할지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쪽은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시간도 제공하고 있다.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에는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된다. 하지만 커피챗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간과하고 있다. 상대방이 ‘왜’ 나를 위해서 커피챗을 해야 하고, 시간을 써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게 누락되었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또한 일이며, 경험을 사는 것은 금전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번 계산을 해보자. 연봉 1억인 직장인의 경우 세후 월급이 약 660만 원이다. 월 근무일 수 22일, 하루 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급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직장인의 시급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의 시급은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이지만, 커피챗에서 제공하는 것은 수년간 쌓아온 경험과 판단이기 때문이다. 시급이 2.5만 원이라면, 그 경험과 판단의 가치는 적어도 4만 원 이상이다. 커피 한 잔에 퉁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무료 컨설팅을 커피 한 잔으로 퉁치려 하지 마라. 스타벅스 2잔 + 디저트 쿠폰으로 상대방이 얻은 지식과 경험을 사려는 마음 자체를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꼭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하라는 뜻은 아니다. 진짜 커피챗을 하고 싶으면 순서가 반대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당신에게 뭘 줄 수 있어요”부터 말하고 커피챗을 제안해야 한다. 이게 기본 매너다.

커피챗이 시간 낭비일 수 있는 이유

“얘기하다 보면 뭔가 나오겠죠”는 최악이다.

그 말은 상대방의 시간을 랜덤 박스로 태우겠다는 뜻이다. 물론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얻는 게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은 이미 지나간 상태다. 보통 사람들이 좋게 좋게 말하니 시간을 할애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진 않는데, 이것 또한 잘못된 문화다.

상대방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하는 사람은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내게 득이 되는 커피챗이 아니라면, 그 시간에 새로운 문제 하나 더 찾고, 가설 하나 더 세우고, 검증 한번 더 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상당히 계산적이지만, 사업을 하려면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네트워킹이 중요한 사업도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업들도 많다.

커피챗을 요청한다면

“제가 뭘 얻고 싶어요”가 아니라 “제가 당신에게 뭘 줄 수 있어요”부터 말하라. 그게 없으면 그건 커피챗이 아니라 시간 요청이다. 시간 요청에는 댓가가 따른다. 나는 그래서 안 한다.

부빌드 | AI 비즈니스 빌더

AI와 바이브코딩으로 비즈니스를 만듭니다.
비즈니스와 프로덕트 관점에서 바이브코딩을 사용합니다.

댓글 남기기